성령의 역사하심

작성자
odbkorea
작성일
2016-06-15 12:42
조회
3347
나에게는 만나면 좋으면서도 때로는 만남을 후회하였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만날 때마다 나에 대한 그 친구의 깊은 관심과 따스한 배려는 남달랐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게 되면 그 친구는 인류의 기원에서부터 원숭이의 진화, 선악과를 만드신 하나님,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모세의 이야기 등 성경 66권을 자신이 터득한 세상적인 지식과 왜곡된 판단으로 거침없이 나를 설득하고 때로는 공격했다. 언제나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 결국 서로의 감정이 자극되고 고성으로 얘기를 중단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나는 틈만 나면 이 친구에게 예수님의 참 모습을 알려주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결과는 후회와 아픔만 남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드리는 기도 가운데는 이 친구가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참 모습으로 믿는 구원받은 친구로 변화시켜 주시길 간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관계가 계속되던 어느 날 늦은 나이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그 친구의 아들이 군대에 가게 되었는데 아들과 더불어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는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 날 초대에 응하기 어려웠지만 아들과 함께 한다는 자리였기에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군대에 가는 친구 아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마땅한 것을 찾던 중 이내 생각난 것이 군 생활과 영어가 연계되는 ‘오늘의 양식’과 용돈이 든 봉투 하나였다. 그러나 그 친구 앞에서 전달하는 것이 어떨 것인지? 자칫 잘못되면 좋은 자리가 그나마 아들 앞에서 험상궂은 자리로 변질 되지는 않을 것인지? 심한 갈등으로 머뭇거리던 중 식사가 거의 끝나는 시간까지 이르게 되었다.

나는 다급한 마음이었지만 왠지 꼭 친구 앞에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주장하고 있었기에 친구 표정을 슬슬 살피면서 과거 나의 군 생활 얘기와 함께 세계화된 현재의 여건에서 영어실력이 매우 중요한데 군에 있는 동안 욕심내지 않고 영어 문장을 조금씩 꾸준하게 암기하면 제대 무렵에는 자신이 놀랄 정도로 영어실력이 향상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짧으면서도 큰 의미가 있는 이 책자가 좋을 것 같아 준비하였다고 하면서 ‘오늘의 양식’을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예측하였던 대로 그 친구가 아들의 손에서 책을 취하여 책장을 넘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나의 염려와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그래 매일매일 보기에 참 좋겠구나. 화장실에서도 보초나 불침번 설 때도 잠깐씩 읽고 암기 하면 좋겠다” 라고 얘기하면서 나에게는 매달 책이 발간되면 아들에게 꼭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그 이후 나는 매월 ‘오늘의 양식’을 친구 아들에게 짧은 격려의 편지와 함께 보내 주었고, 친구와도 성경 말씀과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나게 될 사후의 삶에 대한 얘기들을 얼굴을 붉히거나 목소리 높임 없이 스스럼없고 진지하게 나누게 되어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유익한 만남으로 변화 되었다.

아들은 그동안 많은 성구와 문장을 암기하여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되었고 지금은 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헌신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었다. 이 일을 생각하고 기억할 때마다 나에게 주는 기쁨은 세상이 주는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 할 수 없는, 본인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보람과 환희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곤 한다.

친구는 아직까지 교회 출석을 하지 않고 있지만 곧 아들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가 지난날의 교만과 황당함과 무지를 후회하는 순전한 모습을 보면서 성령의 역사하심에 나는 놀라움과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오늘의 양식’이 나에게 주는 기쁨은 이것만은 아니다. 나는 국내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마다 ‘오늘의 양식’을 꼭 챙긴다. 이 땅에 하나님의 말씀이 전파된 지 1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나님 말씀을 한 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서글픈 사실은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져야 할 멍에로 생각된다.

나의 구원도 매우 중요하지만 내 형제 내 이웃들이 구원 받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을 모르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오늘의 양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버스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때로는 음식점에서 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 예수님을 모르는 분들에게 오늘의 양식을 정중하게 선물하는 것은 나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이 되고 있다.

분명 오늘 이 시간에도 내가 선물한 ‘오늘의 양식’이 성령의 감동으로 읽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축복인 것을 감사드린다. 이런 큰 기쁨을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은 간절함이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김영준(장로, 할렐루야교회, ‘한국 오늘의 양식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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