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계명

작성자
odbkorea
작성일
2016-06-15 13:03
조회
1558
하나님을 만나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하기 위해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를 부흥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전도하며 불타는 사명감으로 전심으로 뛰던 때가 있었다. 교회도 조금씩 성장하고 목회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지만 기도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한 가지 기도제목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기도였다.

그런 일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내심 당황하기도 했지만 성령께서 시키시는 기도인가 싶어 나중에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그런 일도 하리라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개척했던 교회를 후임목사님께 인계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울 소년원으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죄지어 수감된 청소년들에게 주님의 복음을 전하리라는 한 가지 생각뿐 이었다. 그런데 저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니 대다수의 아이들이 가정 해체로 인해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고 그로 말미암아 죄의 유혹에 빠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불우한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이 이런 죄를 짓기 전에 그들을 주님의 사랑으로 돌보고 양육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소년원으로 사역지를 옮기면서 아내가 어린이집을 시작했다. 하나님은 어린이집 준비부터 친히 도우시고 인도하셨다. 우리 힘으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보증금을 하나님은 앞서 행하시며 해결해 주셨다. 하나님의 축복 속에 어린이집을 운영해 가던 중, 부모이혼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되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밝고 티 없던 아이들이 점점 무기력하게 변해가는 걸 보면서 “이 아이들이 앞으로 몇 년 후엔 소년원에 갈수도 있겠구나. 이 아이들을 소년원에서 만나면 어쩌나?”라는 절박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실제로 내가 운영했던 선교원에 다녔던 은철(가명)이를 서울 소년원에서 만나는 기막힌 일을 겪기도 했으니 말이다. 13년 전 5살 나이로 엄마의 가출을 겪고 할머니와 살았던 은철이를 소년원에서 만났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하나님께 기도했다. 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나님께서는 마치 이 기도를 기다리기라도 하셨다는 듯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주의 백성들의 손길을 통해 한 가지 한 가지 준비를 도우시고 드디어 ‘그룹홈’(가족공동체)을 시작하도록 역사하셨다. 일반목회 시절 성령님의 인도로 드렸던 기도가 응답된 것이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보이는 건 불행 당한 아이들이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인데 저들을 다 돕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기만 하다. 방법은 훤히 다 보이는데 그만한 경제적 여건이 따라주질 않으니 마음만 안타까울 뿐. 그래서 생각하기도 한다. 교회들이 이 일을 앞장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저들을 위한 생활공간을 마련하고, 사명자들을 세워 저들을 주의 사랑으로 양육한다면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서 돌아보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약1:27)이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될 텐데 말이다. 교회들은 그만한 재력도, 인력도 되지 않는가 말이다.

또한 경제능력만 있다면 개인이나 기업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에 관심을 갖고 실천만 한다면 불행 당한 많은 어린아이들의 영육이 강건하게 성장할 것이요, 이방인들에게서도 교회가 칭찬을 받아 간접 전도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10:42)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반드시 좋은 것으로 갚아주시지 않겠는가?
또한 매달 수원지법으로부터 소년심판을 받는 6, 70여명의 청소년들도 가슴 아프기는 매 한가지다. 전국으로 따지면 이 숫자도 엄청난데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센타도 시급한 문제다. 아름답고 밝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될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주의 교양과 훈계로 바르게 양육하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이 있다. 소년원교회를 함께 섬기고 있는 할렐루야교회 관계자로부터 매달 초 몇 권씩 건네받고 있는 ‘오늘의 양식’ 책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그룹 홈 아이들 8명을 뒷바라지 하며 함께 씨름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아내와 내게도 큰 위안과 기쁨을 주지만, 특히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겐 생명수와 같은 영향력을 준다고 확신한다.

바로 우리 이웃의 일상적 이야기와 소재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으로 ‘하나님’을 접하는 아이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교회나 예배라는 형식의 틀에 묶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하나님의 존재’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교회에도 자연스럽게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너무나 귀한 축복의 통로가 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차제에 ‘오늘의 양식’ 사역이 이런 소외된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보다 더 체계적으로 확대되길 기도한다.
강도 만난 이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내 주변에,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 사람들이 바로 강도 만난 이웃이며 내가 그들을 도울 때 비로소 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동일선상에 놓으시며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라(마22:37-40)고 말씀하시고 이것이 가장 큰 계명임을 천명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 드리는 일이 될 것이다.
참된 경건은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서 돌아보는 것, 가장 큰 계명은 하나님 사랑과 더불어 이웃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닐까?

이용학(목사, 안산소망그룹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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